업계동향
그리스, 해운업은 독일에 큰소리
관리자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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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일과 그리스 국민은 앙숙지간이다. 유럽 최대 부국인 독일은 나라 살림이 거덜난 그리스 때문에 괜한 돈을 지출하게 됐다며 투덜대고, 그리스는 허리띠를 더 졸라 매라는 독일의 요구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불만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나치 친위대로 묘사한 포스터를 거리에 내거는 등 반독 감정은 폭발 직전이다.
감정은 격하나 사실 그리스 입장에선 별로 할 말이 없다. 만신창이가 된 국가경제 탓에 공ㆍ사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산업부문이 죽을 쑤는 형편이다. 하지만 딱 한가지, 그리스가 독일에 앞서 있는 산업이 있다. 해운업이다.
그리스와 독일은 일본을 제외하고 상업용 선박 보유량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해운 강국. 그러나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두 나라의 처지는 천양지차다. 그리스 회사들은 위기에 아랑곳 없이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독일 해운업계는 파산에 직면한 선사들이 부지기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그리스 해운업계의 성공비결을 독특한 지배구조와 리더십에서 찾았다. FT는 "그리스 선박회사는 가족경영이 일반화하고 의사결정이 오너에 집중돼 있어 단기 수익에 연연해하지 않는 긴 안목에서 사업 계획을 짤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7년 중국발 수요가 폭등해 세계 해운업계가 최대 호황기를 맞았을 때 그리스 회사들은 몸집을 불리는 대신 현금을 비축했다. 또 금융위기가 닥치자 서둘러 규모를 줄이는 다른 선박사들과 달리 그리스는 할인된 가격에 배를 사들였다. 부침이 심한 해운업계의 특성을 간파하고 역발상 투자에 나서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이다.
이에 반해 독일 선박사들은 'KG 펀드'라 불리는 선박펀드를 기반으로 한다. 수백~수천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하나의 회사를 이루는 구조다. 투자자는 투자 지분만큼 빠른 배당을 요구하기 때문에 위탁 경영인이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경영 계획을 짜기란 거의 불가능하다.[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