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초대형선 연비 대폭 개선… 물류 거점 전략 변화조짐
고유가 시대가 연비가 뛰어난 초대형선박 경쟁을 촉발, 미래 호황기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격차를 키울 전망이다. 앞으로 해운업계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7일 "조선기술이 발전하면서 1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인데도 연료비가 적게 드는 선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자금력을 갖춘 대형 선주들이 지난해와 올해 초대형 선박을 경쟁적으로 발주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저감형 선박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벙커C유 대신 가스추진선, 연료전지 추진선, 풍력추진선 등이 대표적이다. 신개념 선박은 기존 연료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이 최고 50% 이상 적게 든다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비용은 같지만 2배 이상 선적이 가능한 초대형 선단을 갖췄다면 경쟁력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대형 해운사들이 노후선을 폐선하고 초대형선박을 속속 도입하면서 해운·물류거점 전략도 ’허브앤드스포크’(hub and spoke)로 전환될 조짐이다. 허브앤드스포크는 화물을 주요 거점(hub)으로 모은 다음 지역으로 분배(spoke)하는 방식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간(point to point) 운송에서 진화된 형태다. 허브앤드스포크는 항공·육상 물류에서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해운물류에서는 이제 막 시작단계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 머스크가 구사하는 북유럽-아시아 데일리노선이 대표적인 예다. 머스크는 닝보·상하이·얀티안·탄중펠라파스를 아시아의 주요 항만 4곳으로 정하고 유럽의 주요 항만 펠릭스토우·로테르담·브래멘하벤 3곳에 매주 고정시간에 운송한다. 대륙간 거점과 거점을 이어주는 것은 1만TEU급 이상 선박을 보유중이어서 가능하다. 머스크는 올초 1만8000TEU급 선박 30척을 발주한 상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륙별 거점 항만을 허브화한 뒤 연비가 좋은 초대형선박을 통해 화물을 모아 분류한 다음 발송하는 방식이 이뤄지면 대형 선사들의 운임 경쟁력이 중소형사에 비해 현저히 앞서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한진해운 (11,100원 
100 -0.9%)과 현대상선 (29,150원 
0 0.0%)이 각각 1만3000TEU,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을 5척씩 발주해 선박 대형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조차 올 들어 대규모 적자를 내고 내년에도 시황 개선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대형화 경쟁을 자제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면 고연비의 대형 선박을 두루 보유한 대형선사와 그렇지 않은 중소형 선사의 격차는 지금보다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며 "국내 선사들도 물류거점 전략을 새로 짜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니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