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국내해운사 등 아시아~유럽 운임 100% 올리기로
화주들은 `반발`..해운사 "더이상 적자 감수못해"
아시아~유럽노선에 취항하는 주요 해운사들이 `화끈한` 베팅에 나섰다. 운임을 100% 올리기로 한 것. 해운사들은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입장이지만, 화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117930) (17,550원 ▲ 700 +4.15%)과 현대상선(011200) (31,350원 ▼ 300 -0.95%) 등 국내외 14개 선사는 3월부터 아시아~유럽노선의 운임을 100% 이상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 한개(TEU)당 700달러선인데 각 해운사 별로 700~780달러를 올리기로 했다. 작년 한해 화주 눈치만 보던 해운사들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벌크시황과 달리 컨테이너 업황은 반등의 조짐이 보였기 때문. 특히 당초 우려와 달리 중국 춘절 이후에도 컨테이너선의 소석률(적재능력에 대한 실제 적재 비율)이 양호했다.
그간 시장 상황을 쥐락펴락해온 머스크가 `치킨 게임`보다 운임 인상쪽으로 전략을 바꾼 점도 긍정적 소식이다. 머스크는 제일 먼저 유럽노선 운임을 TEU당 775달러 인상키로 했다. 세계 3위 컨테이너선사인 CMA-CGM과 독일 하팍로이드도 각각 TEU당 750달러의 유럽노선 운임 인상계획을 세웠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운임 인상을 발표한 14개 선사의 시장점유율이 85%에 달한다"며 "일부 인상은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건은 화주들의 반발이다. 화주들은 연초 20% 내외 운임이 올랐을 때도 물류비가 과도하게 올라 중소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병무 무역협회 화주사무국장은 "선-화주간 연간운임계약을 체결한 대형 화주는 선사들이 공표한 인상분이 100%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소량 화물에 대해서는 기본운임 인상분이 그대로 반영돼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수출업계 관계자는 "해상 운임을 올리면 백색가전, 타이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채산성이 크게 나빠진다"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를 해운업계에서 감안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작년 한해 대규모 적자를 낸 해운업계는 수출업계의 이같은 요구에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요금을 올려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수출기업들을 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데일리]
